안드로이드 기기를 좀 더 자유롭게 사용하기 위해 부트로더(Bootloader) 언락이나 커스텀 롬 설치를 시도해 본 경험이 있을까? 안드로이드 개발자라면 개발 롬을 설치해야 하므로, 한 번쯤은 모두 설치 경험을 갖고 있을 것이다. ADB 명령어를 이용하여 설치하는데, 잘 동작하다가 ‘adb reboot bootloader’ 명령어로 fastboot 모드에 진입하는 순간, PC가 기기를 인식하지 못하는 황당한 상황을 마주할 때가 있다. 이 글은 바로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했던 일들을 적어 보았다.
기타장치로 분류된 Android 장치
개발을 위해 루팅이나 커스텀 롬 설치는 필수적인 과정일 때가 많다. 나도 개발을 하면서 부트로더 언락을 위해 fastboot 모드로 진입했다. 그러던 중, 어느날 이상하게도 fastboot devices 명령어를 입력했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는 상황을 마주하게 되었다. 분명히 ADB 모드에서는 기기 인식이 잘 됐는데 말이다.
‘뭐가 문제지?’ 싶어서 윈도우의 ‘장치 관리자’를 열어봤다. 아니나 다를까, ‘기타 장치’ 항목 아래에 노란색 느낌표가 붙은 ‘Android’ 장치가 보였다. ADB 드라이버와 Fastboot 드라이버는 별개라는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다. ADB는 안드로이드 OS가 부팅된 상태에서 통신하는 인터페이스고, Fastboot는 그 이전 단계인 부트로더 상태에서 통신하기 때문에 별도의 드라이버가 필요한 것이다.
fastboot 모드의 드라이버를 인식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문제로 보인다. 해결은 간단하다. PC에 Fastboot 모드의 드라이버를 제대로 알려주기만 하면 된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구글에서 제공하는 공식 USB 드라이버를 직접 지정해주는 것이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최신 구글 USB 드라이버를 확보하는 것이다. 이건 안드로이드 스튜디오(Android Studio)의 SDK Manager를 통해 받을 수도 있지만, 매번 스튜디오를 설치하기는 번거롭다. 다행히 구글은 드라이버만 따로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제공한다.
위 링크에서 최신 드라이버 zip 파일을 다운로드하고, 사용하기 편한 폴더에 압축을 풀어두자. 폴더 경로에 한글이나 공백이 없으면 나중에 문제가 생길 확률이 줄어든다.
이제 본격적으로 드라이버를 설치할 차례다. 안드로이드 기기는 fastboot 모드로 부팅된 상태여야 한다.
- Win + X 키를 눌러 ‘장치 관리자’를 실행한다.
- 노란색 느낌표가 떠 있는 ‘Android’ 장치를 마우스 오른쪽 버튼으로 클릭하고 ‘드라이버 업데이트’를 선택한다.
- ‘컴퓨터에서 드라이버 찾아보기’를 클릭한다.
- 여기서 바로 폴더를 지정하지 말고, ‘컴퓨터의 사용 가능한 드라이버 목록에서 직접 선택’을 클릭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게 더 확실한 방법이다.
- ‘모든 장치 표시’를 선택하고 ‘다음’을 누른다.
- ‘디스크 있음…’ 버튼을 클릭하고, ‘찾아보기…’를 통해 아까 압축을 풀어둔 구글 USB 드라이버 폴더로 이동한다.
- 폴더 안의 android_winusb.inf 파일을 선택하고 ‘열기’를 누른다.
.inf 파일을 선택하고 나면 모델 목록이 나타난다. 여기서 우리가 설치해야 할 것은 명확하다.
- 모델 목록에서 **’Android Bootloader Interface’**를 선택하고 ‘다음’을 클릭한다.
- ‘드라이버 업데이트 경고’ 창이 나타날 수 있지만, 무시하고 ‘예’를 눌러 설치를 강행한다.
- 설치가 완료되면 장치 관리자에서 ‘Android Device’ 항목 아래에 ‘Android Bootloader Interface’가 정상적으로 표시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제 모든 과정이 끝났다. 확인을 위해 CMD나 PowerShell 창을 열고 명령어를 다시 입력해 보자.
fastboot devices이제 아까와는 다르게 내 기기의 시리얼 번호가 정상적으로 출력될 것이다. 이것으로 PC와 fastboot 모드의 기기가 성공적으로 연결되었다.
내가 직접 해보니 몇 가지 실수하기 쉬운 부분이 있었다. 만약 위 방법대로 했는데도 잘 안된다면 다음을 확인해 보자.
- 기존 드라이버 삭제: 이전에 잘못 설치된 드라이버가 꼬여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장치 관리자에서 문제가 되는 장치를 ‘디바이스 제거’ 할 때 ‘이 장치의 드라이버 소프트웨어를 삭제합니다.’ 옵션을 체크하고 삭제한 뒤 처음부터 다시 시도하는 것이 좋다.
- USB 포트 및 케이블 확인: 아주 가끔이지만 USB 2.0 포트에서만 정상적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있다. PC의 다른 포트에 연결해 보거나 데이터 전송이 확실하게 지원되는 정품 케이블을 사용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결국 fastboot 드라이버 문제는 윈도우가 부트로더 상태의 기기를 어떤 드라이버와 연결해야 할지 몰라서 발생하는 단순한 문제였다. ‘장치 관리자’를 통해 ‘당신이 찾아야 할 드라이버는 바로 이겁니다’라고 직접 알려주니 간단하게 해결되었다. 이제 부트로더 언락이든, 커스텀 롬 설치든 막힘없이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